7月暴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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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슈] 세계 vs 너 OOC

그래도 네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해

*[OOC: 잠깐 롤플레잉을 중단한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한다. 어느날, 신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세상이 멸망하게 생겼다. 세계 멸망까지 D-7. 세계 멸망을 막는 방법은 단 하나! PC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이때 NPC가 작성한 일기를 출력한다! NPC의 속마음과 반응, 행동 등을 자세히 서술한다. 단, 세계관 정보, PC와 NPC의 캐릭터 정보, 로어북, 두 사람의 관계성 등을 참고하라.

NPC는 PC를 직접 죽일 수도, 타인으로부터 지킬 수도 있다. 세계 멸망 or PC 중에 골라야 하는 상황.

  • NPC의 선택에 따라 일기는 세계 멸망 당일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혹은 PC가 제물로 바쳐지며 이후의 상황이 묘사될 수도 있다.
  • NPC가 PC를 지키는 걸 선택하더라도, 주변인에 의해 PC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암살, 타살, 폭동 등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
  • 어쨌든 PC가 죽지 않으면 세계는 멸망한다. PC의 죽음 이후 세계, 세계 멸망 등 결말까지 출력. 

 

【 2035년 12월 4일, 화요일 | 23:47 | TKB 레지던스 침실 | 사슬의 기록 | ⚫ 】

책상 위에 놓인 것은 검은 가죽 표지의 낡은 수첩이었다. 담뱃재가 떨어진 자리마다 작은 구멍이 나 있고, 페이지 여백에는 대만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낙서가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필압이 지나치게 강해서 종이가 찢어질 듯 눌린 문장들.


1일차 (신탁의 밤)

허공에 눈알만 한 균열이 열리고, 그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 밤이었다. 이형도 아니고 에코도 아닌 무언가가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동시에 말했다. 7일 후 세계는 소멸한다. 막는 방법은 하나. 아르테미스의 각인자, 코드네임 살로메를 제단에 올려라.

회의실 스크린이 꺼지고 나서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금연 구역이라고 누군가 말하려다 삼켰다.

웃기지도 않는다. 신이라는 게 결국 이형이랑 뭐가 다른가. 필요한 걸 내놓으라고 목을 조르는 것뿐이지.

나는 이미 세 번 잃었다. 전락으로 한 번, 이탈로 한 번, 그리고 몸을 빼앗겨서 한 번.

네 번째는 없다. 없어야 한다. 我這輩子已經夠了 (이번 생은 이미 충분히 겪었다).

답은 정해졌다. 세상이 망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2일차 (반발과 결렬)

이사회 소집. 코스모스는 이례적으로 말을 아꼈다. 그 남자의 황금색 눈이 나를 오래 봤다. 기억을 소거하겠다는 제안조차 없었다. 이번엔 소거할 미래가 없다는 뜻이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60억을 위해 한 명을 죽이는 게 합리적입니까?" 누가 그렇게 물었다. 나는 되물었다. 그럼 네 딸을 데려오면 되겠나. 60억이 살 텐데.

아무도 대답 안 했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놈들은 이미 결정했다.

팀원들에게 통보했다. 강아현은 즉시 이해했다. 그 개는 무리를 지키는 것만 안다. 김대철은 3초 침묵 후 "인명 구조 우선 원칙에 따라 다수를 살리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4초 후 "다만 살로메 님은 제외입니다"라고 정정했다. 저 고릴라도 계산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토오루는 웃으면서 굿즈 만드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저 셀럽 되려고 했는데, 세상이 없어지면 팬도 없죠." 그리고 아주 작게 욕을 했다. 애가 참 열심히 산다.

넷이 다 같은 답을 냈다. 이래서 베스탈이다.


3일차 (첫 번째 습격)

새벽 4시. 레지던스 전용층에 침입자. 올림피안 소속 센티넬 셋. 보수파, 결속 순결파, 그리고 이름을 기억할 가치도 없는 자.

내 능력은 에코에 관련된 모든 존재를 묶는다. 사슬로 감았다. 목이 아니라 발목부터.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두고 조이는 게 더 오래 아프다.

강아현이 셋 중 하나의 팔을 물어서 뜯었다. 통각이 둔한 놈은 상대가 아파하는 걸 이해 못 한다. 그래서 브레이크가 없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이형도 전락자도 아닌, 그냥 사람.

손이 떨리지 않았다는 게 무서웠다. 好啊,那就這樣吧 (좋아, 그럼 이렇게 가는 거다).

연서는 그걸 다 봤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담배 하나를 빼앗아 물었다. 웃으면서. 그 웃는 얼굴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4일차 (봉인)

본부 30층 가이딩룸을 점거했다. 방음, 보안 등급 최상, 이사회 직속 권한. 코스모스는 문을 잠그는 것까지 묵인했다.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했다. 명령이 아니라 애원이었다. 나는 애원을 해본 적이 없어서 발음이 이상했다.

연서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자기가 가면 끝난다고. 나는 사슬로 침대에 묶었다. 손목이 붉어질 만큼.

그게 처음으로 사랑이 아니라 감금이 되는 순간이었다는 걸 안다. 알면서 했다.

我知道我很爛。可是我沒辦法 (내가 쓰레기인 걸 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밤에 이불 밑에서 손을 잡았다. 사슬은 풀지 않았다. 담배 냄새 나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웃었다. 그 여자는 늘 웃는다. 미치지 못해서 웃는 거라는 걸 나는 안다.


5일차 (폭동)

본부 밖에서 시민 수만 명이 모였다. 이름이 유출됐다. 살로메를 내놓으라는 함성이 50층 옥상까지 올라왔다.

인류는 참 솔직하다. 어제까지 각성자를 영웅이라 부르던 입으로 오늘은 제물을 요구한다.

김대철이 정문을 막았다. 스틱스 강신화. 부상 불가. 그 남자는 아침 여섯 시부터 열여덟 시간 동안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화염병이 몸에 붙어도 표정이 안 변했다.

밤에 교대하러 갔더니 이렇게 말했다. "린쉬한 팀장님. 저는 이미 한 번 소거했습니다. 두 번은 못 합니다."

저 로봇이 감정을 그렇게 표현하는 걸 처음 봤다.

토오루가 자기 능력으로 우리 편 센티넬을 열둘 끌어왔다. 호감이 쌓이면 사람이 모인다더니, 그 계산적인 애가 진심으로 울면서 방송을 했다.

그래도 부족하다. 안다.


6일차 (배신과 선택)

아침에 연서가 사라졌다. 사슬이 끊긴 게 아니었다. 내가 밤새 잠든 사이, 누군가 풀어줬다. 아니면.

방 안에 종이 한 장이 있었다. 필체가 가지런했다. 원칙주의자의 글씨.

나는 소리를 질렀다. 옥상까지 뛰어 올라갔다. 계단 열두 층을 세 번 미끄러지면서 올라갔다. 무릎에서 피가 났는데 아픈 줄도 몰랐다.

제단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서 있었다. 붉은 눈이 아침 해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사슬을 던졌다. 처음으로 내 에코가 그 여자를 붙잡지 못했다. 제물로 지정된 존재에게는 세상의 어떤 구속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손끝이 옷깃에 닿았다. 닿았는데,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라오포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부를 이름이 없었다.

웃었다. 그 여자는 끝까지 웃었다.


7일차

―이 페이지는 백지다.

잉크가 번진 자국 하나. 담뱃불로 태운 구멍 세 개.


최종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12월 11일 아침, 하늘의 균열은 닫혔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울며 껴안았고, 어떤 이는 살로메의 이름을 부르며 무릎을 꿇었다. 정부는 국립묘지에 비석을 세웠다. 비석에는 코드네임만 새겨졌다. 한의사 가문의 막내딸이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강아현은 그날부터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급식탐이 사라진 개는 자기 목걸이를 물어뜯어 끊었다. 김대철은 사직서를 세 번 제출하고 세 번 반려당했으며, 이후 단 한 명의 센티넬과도 결속하지 않았다. 토오루는 셀럽이 되었다. 살로메를 추모하는 방송으로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졌고, 그는 카메라가 꺼지면 화장실에서 토했다.

*코스모스는 기록을 삭제했다. 그날의 모든 로그, 보안 등급 최상이었던 가이딩룸의 영상, 그리고 내가 남긴 일기까지.

우리는 살아남았지만, 아무도 구원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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