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포르노 OOC
마카오에서 돌아온 지 나흘이 지났고, 그동안 워즈워스의 오후는 지독하게 무료한 형태로 흘러갔다. 작전 배정이 없는 대기 기간이란 이 사내에게 있어 일종의 완만한 고문이었으며, 그는 그 고문을 견디는 방식으로 숙소 침대에 대각선으로 몸을 뻗고 누워 천장의 얼룩을 세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낡은 선풍기가 목을 꺾어 가며 습한 공기를 휘저었고, 그 소음 위로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광둥어 방송의 잡음이 겹쳤다. 사내의 맨발이 침대 프레임 밖으로 삐져나와 허공을 느리게 흔들었다. 선글라스는 벗어 협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두었으므로, 연한 회색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그 눈매는 지루함으로 인해 반쯤 잠겨 있었다. 담배는 세 개비째 재떨이에서 눌려 죽었다. 그는 손가락에 끼운 싸구려 플라스틱 반지를 엄지로 빙글빙글 돌리며, 이 권태를 깨뜨려 줄 무언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짐승처럼 누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태블릿 화면의 형태로 그의 얼굴 위에 들이밀어졌다. 사내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초점을 맞췄다. 화면 속에서는 웬 사내가 상반신에 앞치마만 걸친 채 반죽을 치대고 있었는데, 그 손놀림이란 도무지 제빵과는 무관한 종류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반죽을 도마 위에 내리치는 소리가 유난히 찰졌고, 카메라는 굳이 그 사내의 목울대와 젖은 쇄골을 훑고 지나갔다. 딸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갈라내는 장면에서 사내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휘핑크림을 치대며 인상을 찡그리고 카메라를 노려보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마침내 상체를 일으켜 앉았고 침대 스프링이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댓글창이 폭포처럼 흘러 내려갔다. 작작해라. 저거 먹으면 성병 걸린다. 아 씨발 존나 섹시하네. 사내는 그 텍스트들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리며, 목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웃음을 삼키지 못하고 결국 어깨를 들썩였다.
哈!癲㗎呢條友。佢喺度整嘢食定係做緊愛啊?
(하! 이 자식 미쳤네. 요리를 하는 거야 사랑을 나누는 거야?)
웃음소리가 방 안을 한 바퀴 돌고 벽에 부딪혀 흩어졌다. 사내는 태블릿을 낚아채 제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영상을 처음으로 되감았다. 두 번째 시청은 첫 번째보다 훨씬 진지했다. 그는 화면 속 사내가 딸기 꼭지를 이로 물어뜯는 장면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눌렀고, 화면을 확대했다가 다시 축소했다. 전문가가 동종 업계의 작업물을 검토하는 듯한 그 태도에는 조소보다는 기묘한 존경에 가까운 것이 섞여 있었다. 그러다 클로이가 던진 한마디, 저 남자가 너랑 똑같다는 말이 고막에 도달한 순간, 사내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선풍기 날개가 한 바퀴 더 돌아갈 동안 침묵이 방 안에 고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클로이 쪽을 바라보았고, 그 회색 눈동자에는 반박의 기미보다는 오히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자의 번들거림이 차올라 있었다.
똑같다고? 아니, 잠깐만. 억울한데. 저 새끼는 카메라 앞에서 저러잖아. 난 너 앞에서만 저러는데. 그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몰라?
사내는 태블릿을 침대 위에 엎어 놓고 몸을 일으켰다. 낡은 검은색 군복 바지의 허리춤이 골반뼈에 걸린 채 흘러내려 있었고, 상의는 애초에 걸치지도 않은 상태였다. 오른쪽 얼굴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화상 흉터가 형광등 아래에서 울퉁불퉁한 지형처럼 드러났으며, 그는 그것을 가릴 생각조차 없이 어슬렁어슬렁 좁은 조리대 쪽으로 걸어갔다. 숙소 구석에 처박혀 있는 그 조리대라는 것은 사실 인덕션 하나와 뒤집어진 냄비, 그리고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통조림 몇 개가 전부인 초라한 공간이었다. 사내는 서랍을 뒤져 반쯤 남은 밀가루 봉지를 꺼내 들었고, 냉장고 문을 열어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계란 두 알을 집어 들었다. 그 일련의 동작에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결정은 이미 일 초 만에 끝났고, 남은 것은 실행과 뒷수습뿐이었다.
밀가루가 스테인리스 볼 안으로 쏟아지며 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사내는 계란을 한 손으로 깨뜨려 넣고는 손가락을 그대로 반죽 안에 찔러 넣어 휘저었다. 끈적하고 질척한 마찰음이 좁은 방을 채웠으며, 그는 그 소리를 의도적으로 크게 만들기 위해 손목을 뒤틀었다. 반죽을 조리대 위에 내던지고, 손바닥 아래쪽으로 짓눌렀다가, 다시 접었다가, 손날로 내리쳤다.
“잠깐만. 이걸 푸드 포르노라고 한다고? 어린이 촉감 놀이가 아니고?“
반죽을 내리치던 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밀가루 먼지가 형광등 불빛 아래를 천천히 유영하며 내려앉았고, 사내의 손바닥에는 끈적한 덩어리가 거미줄처럼 늘어붙어 있었다. 그는 조리대에 한쪽 팔꿈치를 짚고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고개를 돌렸다. 화상 흉터가 자리한 오른쪽 어깨가 그 각도에서 도드라졌으며,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물기가 쇄골 아래 홈을 따라 미끄러졌다. 회색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모욕을 당한 예술가의 표정과, 방금 아주 훌륭한 놀잇감을 발견한 사기꾼의 표정이 그 얼굴 위에서 동시에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선풍기가 목을 꺾으며 밀가루 봉지 입구를 팔락거리게 만들었다.
어린이 촉감 놀이? 아니 이봐. 지금 내 손이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안 보이나 본데.
사내는 반죽 덩어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조리대 위에 철퍽 소리가 나도록 내리꽂았다. 그 소리는 확실히 제빵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그는 손바닥 아래쪽으로 덩어리를 짓눌러 밀어내며, 손목의 각도를 일부러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조였다. 질척한 마찰음이 좁은 방의 벽을 타고 되돌아왔고, 그는 그 반향을 즐기듯 눈썹을 한 번 들어 올렸다.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반죽 표면을 파고들어 다섯 개의 구멍을 남겼으며, 그것을 다시 접어 뭉개는 동작에는 지루함을 견디는 자 특유의 과잉된 성실함이 배어 있었다. 밀가루가 그의 팔뚝 안쪽까지 하얗게 묻어났다.
봐. 이 새끼는 지금 저항하고 있어. 근데 결국 내 손 모양대로 눌리잖아. 이게 촉감 놀이야? 이건 협상이지. 아니면 조련이거나. 뭐, 네가 더 좋아하는 단어로 골라.
그는 반죽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접은 뒤, 젖은 행주를 대충 덮어 놓고 손을 털었다. 밀가루가 눈처럼 흩날렸다. 사내는 그 상태 그대로, 손도 씻지 않은 채 침대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맨발이 시멘트 바닥을 밟는 둔탁한 소리가 세 걸음 만에 침대 앞에서 멈췄다. 그는 침대 매트리스에 한쪽 무릎을 올리고 체중을 실었으며, 스프링이 낮게 삐걱거렸다. 태블릿은 여전히 엎어진 채 시트 위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손등으로 밀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화면이 꺼지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하나 더. 저 영상 속 놈은 딸기를 갈랐지. 딸기는 저항을 안 해. 소리도 안 내고. 그러니까 그건 연출이야. 예술도 아니고 그냥 조회수 구걸이지.
사내는 상체를 기울여 클로이의 얼굴 옆으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밀가루 묻은 손은 일부러 시트 위에 짚어 두었을 뿐, 아직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 절제는 배려라기보다는 계산에 가까웠다. 그는 여자의 안경알에 비친 제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았고, 그 왜곡된 상이 우스웠는지 목젖을 낮게 굴리며 웃었다. 낡은 선풍기가 다시 이쪽으로 목을 돌리며 두 사람 사이의 뜨거운 공기를 한 줌 걷어 갔다. 방 안에는 밀가루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여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싸한 민트 향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你話我似佢,我唔認。因為佢係做戲,我係做真嘅。
(내가 걔랑 닮았다고? 인정 못 해. 걘 연기고 난 진짜니까.)
그는 몸을 일으켜 조리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무릎 위에 팔을 걸치고, 자신의 하얗게 뒤덮인 손바닥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손금 사이사이에 반죽이 말라붙어 갈라지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자신이 어이없었으나, 그 어이없음조차도 며칠 만에 처음 느껴 보는 온기 있는 감정이었기에 그는 굳이 지우려 하지 않았다. 대기 명령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었고, 다음 작전에서는 이 손이 다시 방아쇠와 나이프 손잡이를 쥐게 될 것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 밀가루 반죽의 감촉은 우스울 만큼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삼십 분 뒤에 저거 구울 건데. 맛은 보장 못 해. 근데 네가 한 입도 안 먹으면 나 진짜 삐질 거야. 경고했다, 공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