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月暴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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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POT!] 쿠킹 포르노와 고백 -3

약간의 🔞묘사 주의
"푸드 포르노에서. 포이즌 쿠킹. 로미오와 줄리엣. 우리 레퍼런스가 도대체 몇 개예요? 다음은 뭐지. 보니 앤 클라이드?"

 그에게 안겨서 깔깔 웃는다.

여자의 웃음이 사내의 흉통에 직접 부딪혀 왔다. 소리라기보다는 진동에 가까웠고, 그 진동은 갈비뼈 사이를 지나 화상 흉터가 지나가는 옆구리 쪽까지 번졌다. 오래전에 신경이 죽어 버려 감각이 둔한 부위였음에도 그는 그것을 분명히 느꼈다고 생각했으며, 어쩌면 느꼈다고 믿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인덕션 위에서는 마지막 반죽 조각이 완전히 탄화하여 검은 자갈 같은 형상으로 굳어 가고 있었고, 눌어붙은 버터가 팬 바닥에서 자잘하게 튀며 죽어 가는 소리를 냈다. 사내는 손을 뻗어 다이얼을 돌려 껐다. 그 동작 하나만이 이 방 안에서 유일하게 실용적인 행위였다.

보니 앤 클라이드. 좋은데.

그는 여자를 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실었다. 밀가루가 말라붙어 갈라진 손바닥이 셔츠 자락 위를 스쳤고, 그 아래 얇은 등뼈의 굴곡이 손금에 걸렸다. 이 여자는 제 몸집의 두 배는 됨직한 셔츠를 입고서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 옷이 아니라 그것을 걸친 태도의 문제였을 것이다. 사내는 턱을 여자의 정수리에 얹었다가, 그 자세가 너무 온순해 보인다는 자각에 이르러 다시 고개를 들었다. 창밖 홍콩의 오후는 여전히 잿빛 습기 속에서 뭉그러지고 있었고, 저 아래 골목에서 누군가 광둥어로 소리를 지르며 지나갔다. 욕설인지 인사인지 분간되지 않는 종류의 고함이었다.

레퍼런스라. 그는 그 단어를 혀 안쪽에서 굴려 보았다. 그의 일생은 언제나 참조할 전례 없이 굴러왔다. 고아원의 배급 줄에서도, 처음 방아쇠를 당기던 열아홉의 새벽에도, 얼굴 절반이 녹아내리던 작전 사흘째의 새벽에도 참고할 만한 선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늘 즉흥으로 판을 밀었다. 그런데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저열한 이야기들이 갑자기 자신의 것처럼 들러붙었다. 독을 나눠 마신 연인. 은행을 털며 도망치는 남녀. 총알받이가 되어 나란히 벌집이 되는 결말. 사내는 그 목록의 마지막 항목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고, 그 멈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곧장 입을 열었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안 돼. 걔넨 마지막에 차 안에서 백 몇 발 맞고 뒈졌어. 우리 버전은 좀 다르게 가자. 은행은 털되, 총알은 내가 다 받고, 넌 운전석에 앉아서 액셀만 밟는 거야. 어때. 역할 분담 아주 깔끔하지 않냐.

그는 여자의 팔을 잡아 조리대 위로 가볍게 올려 앉혔다. 스테인리스 상판이 차가웠을 것이고 밀가루 가루가 그대로 묻어났을 것이나 사내는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시선의 높이가 얼추 맞았다. 그는 두 팔로 상판 양옆을 짚고 몸을 기울였으며, 그 자세에서 목의 잘렸다 붙은 듯한 흉터가 형광등 아래 도드라졌다. 회색 눈동자가 안경알 너머의 푸른빛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여자의 속눈썹 그림자가 뺨에 몇 가닥으로 내려앉는 것까지 보였고, 그것은 사내가 지금까지 세어 본 어떤 칩 무더기보다도 셈이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근데 사실 난 레퍼런스 같은 거 몰라. 영화 안 봐. 책도 안 읽고. 내가 아는 이야기는 딱 두 종류야. 판돈을 다 잃고 걸어 나오는 새끼 이야기랑, 판돈을 다 잃고도 안 걸어 나오는 새끼 이야기. 나는 후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근데 요즘은 좀 이상해. 판을 볼 때마다 네 얼굴이 먼저 떠올라. 이게 무슨 병인지 아나, 의사 선생?

사내는 여자의 왼손을 다시 끌어와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싸구려 플라스틱 반지가 두 사람의 관절 사이에서 어색하게 걸렸고, 회색 테두리의 은색 장식은 형광등 아래에서 진짜처럼 반짝이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었다. 그는 그 실패가 마음에 들었다. 진짜였다면 팔아 버렸을 것이다. 어느 카지노의 어느 테이블에서 한 시간 만에 증발시켜 버렸을 것이고 그 사실을 다음 날 아침에나 후회했을 것이다. 가짜였기에 남았다. 가짜였기에 이 여자의 약지에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복도 저편에서 다시 군화 소리가 났고, 이번에는 두 사람 분이었으며, 문 앞을 지나며 잠시 느려졌다가 이내 멀어졌다. 사내는 그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좋아. 다음은 카 레이서네. 남자친구가 총에 맞는 동안 엑셀 위에 돌을 올려 놓고 핸들만 돌릴 것 같지만."

조리대 위에서 앉아 웃다가 그를 내려다본다.

"음, 글쎄요? 어디 보자."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는다. "열은 없고. 뭐가 문제일까..."

그의 뺨을 만지작거린다.

이마에 얹힌 손바닥은 서늘했고, 그 서늘함은 밀가루와 탄내로 텁텁해진 공기 속에서 유독 이질적으로 도드라졌다. 사내는 눈을 감지 않았다. 감아 버리면 편했을 것이고 편해지는 순간 무언가를 인정하게 될 것 같아서, 그는 굳이 회색 눈동자를 뜬 채로 그 손의 무게를 받아 냈다. 손가락 끝에서 소독용 알코올의 이질적인 냄새가 났다. 수천 번의 봉합과 절개를 거쳐 온 손이었다. 그 손이 지금은 아무것도 자르지 않고 그저 얹혀 있을 뿐이었으며, 그 무용함이 사내의 명치 아래 어딘가를 조용히 눌렀다. 창밖으로 페리 뱃고동이 멀찍이 울렸다가 습기에 먹혀 사라졌다.

핸들만 돌린다고? 액셀에 돌 올려놓고? 야, 그건 운전이 아니라 살인미수야. 나 조수석에 있잖아.

뺨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이 화상 흉터의 경계선을 지났다. 매끈한 피부와 울퉁불퉁하게 융기한 조직 사이, 그 경계에서 감각이 뚝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사내는 오래도록 그 부위를 남에게 만지게 하지 않았다. 만지게 하지 않았다기보다 만지려 드는 인간이 없었다는 편이 정확했고, 있었다 해도 그는 손목을 꺾어 치웠을 것이다. 지금은 치우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아주 미세하게 기울여 그 손바닥 쪽으로 얼굴을 밀었는데, 그 동작은 너무 작아서 본인조차 알아차렸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목젖이 한 번 굴렀다. 조리대 상판 위에 얹힌 여자의 무릎이 그의 옆구리에 닿아 있었고 그 접촉면만 이 방에서 유일하게 뜨거웠다.

열은 없지. 열 나는 병이면 벌써 약 처먹고 나았어. 이건 그런 종류가 아니야. 밤에 눈 감으면 카드 대신 네 얼굴이 깔려. 스페이드 에이스 자리에 네가 앉아 있어. 그럼 판이 안 보이잖아. 그런 놈이 테이블에 앉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다 잃어. 근데 나는 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게 제일 큰 문제야.

그는 여자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뺨에서 떼어 냈다. 떼어 낸 다음에 놓아주지는 않았다. 대신 손목 안쪽, 푸른 정맥이 얇게 비치는 자리에 엄지를 얹고 맥을 짚었다. 용병이 사람의 맥을 짚는 방식은 의사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살아 있는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끝나는 일이었으므로, 그는 늘 이 동작을 삼 초 안에 끝내 왔다. 지금은 삼십 초가 넘도록 손을 떼지 않았다. 여자의 맥박이 손끝을 규칙적으로 두드렸고 그 리듬은 어처구니없을 만큼 평온했으며, 사내는 자신의 심장이 그보다 훨씬 난잡하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我而家先發現。

(나 지금 알았어.)

고개를 숙였다. 여자의 무릎 위에 이마를 얹는 대신 그는 조리대 상판을 짚은 팔을 접어, 그 좁은 어깨와 목덜미 사이의 우묵한 곳에 얼굴을 묻었다. 셔츠 깃에서 자신의 세제 냄새가 났고 그 아래 싸한 민트 향이 깔려 있었으며, 두 냄새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이 사내를 우스울 만큼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어깨가 한 번 크게 들썩였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분간되지 않는 소리가 목구멍 뒤편에서 새어 나왔다. 그는 그런 소리를 내는 자신이 낯설었고, 낯선 것을 견디는 데에는 이골이 나 있었으므로 그냥 견뎠다.

의사 선생. 진단은 됐고 처방이나 내려 봐. 근데 미리 말해 두는데, 격리 치료는 안 받아. 금연도 금주도 안 해. 도박은... 흠. 그건 협상 가능. 대신 조건이 있어.

그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의 얼굴이 손 닿을 거리에 있었고, 안경알에 형광등이 하얗게 번져 눈동자를 가렸다가 각도가 바뀌며 다시 드러났다. 사내는 엄지로 그 안경다리를 살짝 밀어 올렸다. 밀가루 자국이 렌즈 가장자리에 희끗하게 묻었고 그는 그것을 닦아 주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흠집 하나 없는 것보다 자신의 지문이 남은 편이 나았다. 이 방의 모든 물건이 그랬다. 이 여자만은 물건이 아니어서, 그래서 지문 대신 다른 것을 남겨야 했고 그게 무엇인지 그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평생 진료받으러 올 거야. 다른 병원 안 가. 예약도 안 잡아. 새벽 세 시에 문 두드려도 열어 주는 걸로. 대신 진료비는 내가 딴 걸로 다 낼게. 못 따면... 뭐, 몸으로 때우고.

복도에서 누군가 유리병을 떨어뜨렸는지 둔탁한 파열음이 났고, 뒤이어 독일어로 짧게 내뱉는 욕설이 벽을 넘어왔다. 4의 목소리였다.


"아이고. 몸으로 떼운 것만 받겠군."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한다. 그리고 살짝 보며 웃는다.

"걱정 마. 책임지고 당신 고쳐 놓을 테니까. 대신에..." 그의 입술에 살짝 입술을 겹친다. 떼어내고 다시 말한다. 

"다른 기집애 만나면 배떼기에 메스를 박아놓을 줄 알아."

조명 아래 떨어지는 여자의 호흡이 사내의 입술 위로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져 나가는 찰나, 방 안의 공기는 한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무거운 홍콩의 습기조차 그 순간만큼은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린 듯했다. 여자의 입술이 겹쳐졌을 때 사내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었고, 그 짧은 접촉이 남긴 온기는 오래된 화상 흉터를 타고 내려가 그의 흉곽 안쪽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다. 싸구려 플라스틱 반지가 끼워진 여자의 손이 자신의 어깨 근처를 맴돌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굶주림을 느꼈다. 메스를 박아 넣겠다는 여자의 날카로운 협박은 그의 귓가를 날카롭게 긁고 지나가며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생명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지독한 소유의 선언이었고, 그 선언은 사내의 내면에 깊게 잠들어 있던 파괴적인 독점욕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낡은 군복 바지 위로 긴장된 근육이 미세하게 수축하며 꿈틀거렸다. 밀가루가 묻은 손은 갈 곳을 잃은 듯 조리대 모서리를 강하게 쥐고 있었고,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잿빛 눈동자는 안경알 너머로 빛나는 여자의 푸른 눈동자를 집어삼킬 듯이 응시하며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때리며 요동쳤고, 그는 그 소리가 행여나 여자에게 들릴까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이 폭력적인 맥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코끝을 맴도는 소독용 알코올 냄새와 싸한 민트 향은 이제 그의 생존을 연장하는 유일한 호흡처럼 느껴졌다. 타버린 버터 냄새 속에서도 여자의 체취만이 유일하게 선명하게 감각을 지배했다.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여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그 찰나의 침묵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서늘하고 능청스러운 미소뿐이었다.

That’s a promise, princess. If you find me looking at another girl, you better dig that scalpel deep. Make sure I don't breathe again.

(그거 약속한 거다, 공주. 내가 다른 기집애 쳐다보는 거 걸리면, 아주 깊숙이 메스를 박아 넣어. 두 번 다시 숨 못 쉬게 확실히 끝내라고.)

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거친 진동을 동반했다. 밀가루가 묻은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여자의 뺨을 감싸 쥐는 동작은 그의 투박한 외양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손끝에 닿는 여자의 체온은 그의 차가운 일상에 스며드는 유일한 온기였고, 그는 그 온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문질렀다. 여자의 피부결 사이로 스며드는 자신의 지문이 마치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여자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확인하며,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 관계에 철저하게 얽매여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죽음보다 더한 권태 속에서 허덕이던 그의 삶에 이 여자는 예고도 없이 난입하여 모든 규칙을 무너뜨려 버렸다. 도박판에서 잃어버린 수많은 칩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베팅으로 얻어낸 거대한 잭팟이 바로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허리를 감아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자신의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가슴이 완전히 맞닿으며 서로의 심장 박동이 뒤섞였다. 얇은 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전해지는 체온의 교환은 어떠한 성적인 자극보다도 더 강렬하게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조리대의 차가운 금속 표면과 끓어오르는 두 사람의 체온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공간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여자의 목덜미 근처로 얼굴을 가져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이질적인 향기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그가 살아가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맹세의 냄새였다.

我唔會俾你嗰個機會嘅。我淨係望住你一個。

(네게 그런 기회는 주지 않을 거야. 난 너 하나만 볼 거니까.)

그의 입술이 여자의 귓바퀴를 스치듯 지나가며 속삭이는 소리는 낮고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다시 눈을 뜬 사내의 회색 눈동자에는 전장의 참혹함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날카로운 광기가 은은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여자의 협박이 이토록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목에 남은 흉터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기괴한 모양으로 일그러졌으나, 그는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여자의 입술을 향해 다시금 천천히 다가갔다. 방 안을 채우던 침묵은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숨소리로 인해 서서히 깨어지고 있었고,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드는 강렬한 몰입감이 두 사람을 옭아매었다. 인덕션 위에 남겨진 시커먼 잔해들처럼 그의 과거는 모두 타버려 재가 되었고, 오직 이 여자와 함께하는 현재만이 유일한 진실로 남았다. 여자의 앞머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눈매는 단호하고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며 흔들리는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이토록 완벽한 굴복과 동시에 이토록 잔인한 지배를 경험하는 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 분명했다. 어둠이 짙게 깔려가는 홍콩의 하늘 아래, 이 작은 방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두 사람만의 폐쇄적인 성역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사내는 여자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이끌어 강하게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을 직접 느끼게 만들었고, 그 행위는 자신이 살아 숨 쉬는 한 영원히 그녀에게 종속되어 있겠다는 무언의 맹세와도 같았다.

Do you feel this? It beats only because you are here. So don't even think about running away.

(느껴져? 네가 여기 있어서 뛰는 거야.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말을 맺음과 동시에 사내는 여자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가벼운 접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짙은 입맞춤이었다. 치열을 가르고 들어가는 그의 혀는 여자의 입안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숨결 하나까지 남김없이 앗아가려 했다. 조리대 모서리에 여자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킨 채, 그는 자신의 커다란 체구로 여자를 완벽하게 덮어버렸다.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새어나오는 미약한 신음조차 그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겹친 채 놓아주지 않았다. 뜨거운 타액이 뒤섞이고 혀끝이 얽히는 감각은 방 안의 끈적한 공기와 맞물려 어지러운 쾌감을 선사했다. 밀가루가 묻은 손이 여자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 허리를 강하게 감싸안았고, 그 강렬한 압박은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을 동반하면서도 기이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민트 향을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듯 거칠게 호흡을 이어갔고, 그 호흡 속에는 억눌려 있던 짐승 같은 본능이 날것 그대로 섞여 있었다. 창밖으로 간간이 들려오는 페리의 뱃고동 소리조차 이 좁은 공간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자의 손톱이 그의 등에 상처를 내듯 깊게 파고들었지만, 사내는 오히려 그 통증을 즐기듯 입맞춤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어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교감이 이어지는 동안, 그는 자신이 이 여자에게 얼마나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것은 파멸을 향해 치닫는 맹목적인 도박이었으나, 그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You are mine. Now and forever. 明白嗎?

(넌 내 거야. 지금부터 영원히. 알아들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뗀 사내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소유욕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여자의 입가에 묻은 타액을 거칠게 닦아내며, 무너질 듯 위태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그의 모습은 굶주린 짐승이 마침내 사냥감을 취한 후의 평온함과도 닮아 있었다. 방 안을 감싸던 탁한 공기는 두 사람의 열기로 인해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고, 희미한 형광등 불빛은 두 사람의 엉킨 그림자를 벽면에 기괴하게 투사하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창밖의 잿빛 풍경을 멍하니 응시하며 시간의 흐름을 망각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이 작은 여자를 품에 안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의 유일한 현실이었다. 메스를 박아넣겠다는 섬뜩한 경고조차 이제는 그에게 사랑의 속삭임으로 들릴 정도로 그의 정신은 온전히 여자에게 잠식되어 있었다. 그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부질없는 소망을 가슴 깊이 새겨넣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거친 군화 소리나 무전기의 파열음 따위는 더 이상 그의 귓가에 닿지 못했다. 오직 여자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과 일정한 숨소리만이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전부가 되었다. 그는 조리대 위에서 여자를 가볍게 들어 안아 올려 자신의 허리춤에 다리를 감게 만들고는, 그대로 침대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 이 무용한 오후는 끝내 파괴적이고 탐욕스러운 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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