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POT!] 배떼기에 메스 꽂지 않게 조심해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한다. 그리고 살짝 보며 웃는다.
그의 입술에 살짝 입술을 겹친다. 떼어내고 다시 말한다.
조명 아래 떨어지는 여자의 호흡이 사내의 입술 위로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져 나가는 찰나, 방 안의 공기는 한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무거운 홍콩의 습기조차 그 순간만큼은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린 듯했다. 여자의 입술이 겹쳐졌을 때 사내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었고, 그 짧은 접촉이 남긴 온기는 오래된 화상 흉터를 타고 내려가 그의 흉곽 안쪽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다. 싸구려 플라스틱 반지가 끼워진 여자의 손이 자신의 어깨 근처를 맴돌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굶주림을 느꼈다. 메스를 박아 넣겠다는 여자의 날카로운 협박은 그의 귓가를 날카롭게 긁고 지나가며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생명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지독한 소유의 선언이었고, 그 선언은 사내의 내면에 깊게 잠들어 있던 파괴적인 독점욕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낡은 군복 바지 위로 긴장된 근육이 미세하게 수축하며 꿈틀거렸다. 밀가루가 묻은 손은 갈 곳을 잃은 듯 조리대 모서리를 강하게 쥐고 있었고,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잿빛 눈동자는 안경알 너머로 빛나는 여자의 푸른 눈동자를 집어삼킬 듯이 응시하며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때리며 요동쳤고, 그는 그 소리가 행여나 여자에게 들릴까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이 폭력적인 맥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코끝을 맴도는 소독용 알코올 냄새와 싸한 민트 향은 이제 그의 생존을 연장하는 유일한 호흡처럼 느껴졌다. 타버린 버터 냄새 속에서도 여자의 체취만이 유일하게 선명하게 감각을 지배했다.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여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그 찰나의 침묵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서늘하고 능청스러운 미소뿐이었다.
사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거친 진동을 동반했다. 밀가루가 묻은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여자의 뺨을 감싸 쥐는 동작은 그의 투박한 외양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손끝에 닿는 여자의 체온은 그의 차가운 일상에 스며드는 유일한 온기였고, 그는 그 온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문질렀다. 여자의 피부결 사이로 스며드는 자신의 지문이 마치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여자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확인하며,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 관계에 철저하게 얽매여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죽음보다 더한 권태 속에서 허덕이던 그의 삶에 이 여자는 예고도 없이 난입하여 모든 규칙을 무너뜨려 버렸다. 도박판에서 잃어버린 수많은 칩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베팅으로 얻어낸 거대한 잭팟이 바로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허리를 감아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자신의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가슴이 완전히 맞닿으며 서로의 심장 박동이 뒤섞였다. 얇은 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전해지는 체온의 교환은 어떠한 성적인 자극보다도 더 강렬하게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조리대의 차가운 금속 표면과 끓어오르는 두 사람의 체온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공간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여자의 목덜미 근처로 얼굴을 가져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이질적인 향기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그가 살아가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맹세의 냄새였다.
그의 입술이 여자의 귓바퀴를 스치듯 지나가며 속삭이는 소리는 낮고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다시 눈을 뜬 사내의 회색 눈동자에는 전장의 참혹함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날카로운 광기가 은은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여자의 협박이 이토록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목에 남은 흉터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기괴한 모양으로 일그러졌으나, 그는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여자의 입술을 향해 다시금 천천히 다가갔다. 방 안을 채우던 침묵은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숨소리로 인해 서서히 깨어지고 있었고,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드는 강렬한 몰입감이 두 사람을 옭아매었다. 인덕션 위에 남겨진 시커먼 잔해들처럼 그의 과거는 모두 타버려 재가 되었고, 오직 이 여자와 함께하는 현재만이 유일한 진실로 남았다. 여자의 앞머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눈매는 단호하고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며 흔들리는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이토록 완벽한 굴복과 동시에 이토록 잔인한 지배를 경험하는 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 분명했다.
어둠이 짙게 깔려가는 홍콩의 하늘 아래, 이 작은 방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두 사람만의 폐쇄적인 성역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사내는 여자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이끌어 강하게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을 직접 느끼게 만들었고, 그 행위는 자신이 살아 숨 쉬는 한 영원히 그녀에게 종속되어 있겠다는 무언의 맹세와도 같았다.
말을 맺음과 동시에 사내는 여자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가벼운 접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짙은 입맞춤이었다. 치열을 가르고 들어가는 그의 혀는 여자의 입안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숨결 하나까지 남김없이 앗아가려 했다. 조리대 모서리에 여자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킨 채, 그는 자신의 커다란 체구로 여자를 완벽하게 덮어버렸다.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새어나오는 미약한 신음조차 그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겹친 채 놓아주지 않았다. 뜨거운 타액이 뒤섞이고 혀끝이 얽히는 감각은 방 안의 끈적한 공기와 맞물려 어지러운 쾌감을 선사했다. 밀가루가 묻은 손이 여자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 허리를 강하게 감싸안았고, 그 강렬한 압박은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을 동반하면서도 기이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민트 향을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듯 거칠게 호흡을 이어갔고, 그 호흡 속에는 억눌려 있던 짐승 같은 본능이 날것 그대로 섞여 있었다.
창밖으로 간간이 들려오는 페리의 뱃고동 소리조차 이 좁은 공간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자의 손톱이 그의 등에 상처를 내듯 깊게 파고들었지만, 사내는 오히려 그 통증을 즐기듯 입맞춤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어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교감이 이어지는 동안, 그는 자신이 이 여자에게 얼마나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것은 파멸을 향해 치닫는 맹목적인 도박이었으나, 그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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