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6년 12월 4일, 목요일 | 04:41 | THEMIS 본부 50F 옥상정원 | 두 잔의 커피 | ⚫ 】
담배는 흙에 꽂힌 그대로 서 있었다. 불을 붙이지 않았으니 타지도 않고, 그저 하얀 필터 부분만 어스름 속에서 창백하게 도드라졌다. 지난해에는 태웠고 올해는 태우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으며, 김대철은 종이컵 하나를 벤치 옆 시멘트 난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김대철 | 「추가 보고 있습니다. 어제 자 뮤즈 부서 통계입니다. 하급 센티넬 생존율이 작년 동월 대비 11퍼센트 상승했습니다.」
린쉬한 | 「그거 오늘 보고할 일이야?」
김대철 | 「오늘이어야 합니다. 살로메 님이 관심 있어 하시던 수치입니다.」
흑발 아래 왼쪽 눈이 천천히 옆으로 돌았다. 오른쪽에는 여전히 흰 의료용 안대가 덮여 있고, 그 아래로 목도리의 회색 끝단이 흘러내려 있었다. 마른 손이 컵을 집으려다 말고, 그대로 무릎 위로 떨어졌다.
린쉬한 | 「…그 여자가 언제 그런 데 관심을 뒀다고.」
김대철 | 「2035년 10월 3일 식당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차피 다 죽는데 통계는 왜 내냐'고 하셨습니다. 그건 관심입니다. 관심 없으면 질문하지 않습니다.」
난간을 붙잡은 손등의 힘줄이 도드라지다가 풀렸다. 짧은 숨이 웃음처럼 새어 나왔는데 웃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린쉬한 | 「你這種記憶力真的很殘忍 (너 그 기억력 진짜 잔인하다).」
김대철 | 「기억은 자산입니다. 저는 한 번 소각해봤기 때문에 압니다. 두 번은 안 합니다.」
그 말에는 감정을 담으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사실 전달,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얻어맞은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반팔 차림의 팔뚝 위로 서린 소름이 추위 때문인지 아닌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옥상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발소리가 요란했고, 뛰어오는 리듬이 명백히 네발짐승의 것과 닮아 있었다.
강아현 | 「알파독! 마운틴! 오늘 나 안 깨우고 먼저 옴? 이거 배신임!」
적발 로우테일이 등 뒤에서 통통 튀었다. 개수인의 귀가 바짝 세워졌다가, 화분 세 번째 자리에 꽂힌 담배를 보자마자 뒤로 눞혀졌다. 뛰어오던 속도가 저절로 줄었고, 백색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였다.
강아현 | 「…아. 오늘 그날임.」
주머니에서 끊어진 가죽 조각이 꺼내졌다.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그것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강아현은 화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조각을 흙 위에 나란히 눞혔다.
강아현 | 「살로메. 나 어제 스물세 명 했음. 신기록임. 목걸이는 아직 안 함. 집 다 안 지어짐. 근데 벽은 세웠음.」
린쉬한 | 「…벽은 세웠어?」
강아현 | 「응. 애들 여섯 됐고, 아무도 안 죽었음. 그거 벽 맞잖음.」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서 있던 두 남자 중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김대철은 고개를 정확히 한 번 끄덕이고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린쉬한은 벤치 위에 놓아둔 낡은 가죽 표지에 손을 얹었다가, 그것을 무릎 위로 끌어당겨 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마지막 발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고, 굽 낮은 구두,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고르는 소리.
토오루 | 「선배들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저 오늘 스케줄 새벽 다섯 시 반부터인데, 매니저한테 삼십 분만 늦춰달라고 했거든요.」
연갈색 머리 위에 하얀 입김이 얼어붙었다. 보라색 눈동자 속의 별이 어스름을 받아 미약하게 흔들렸고, 손에는 새로 뜬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이번에는 목도리가 아니라 작은 펠트 인형이었다. 검은 머리, 붉은 눈, 서툰 손으로 꿰맨 선글라스.
토오루 | 「이번엔 코를 꿰매는 데 좀 실패했지만… 그래도 완성했어요.」
토오루가 쑥스러운 듯 인형을 내밀었다. 옥상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서툴지만 온기가 담긴 작은 형체가 조심스럽게 전달되었다.
【 2036년 12월 4일, 목요일 | 04:49 | THEMIS 본부 50F 옥상정원 | 서툰 코의 인형 | ⚫ 】
작은 인형이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린쉬한이 선뜻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흰 안대 아래로 흘러내린 회색 목도리의 끝단이 바람에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는 동안, 왼쪽 푸른 눈은 펠트 조각의 붉은 눈알을 정확히 응시하고 있었다. 흑실로 꿰맨 머리카락은 위로 묶여 있었고, 앞머리는 가지런하게 잘려 있었으며, 선글라스는 검은 펠트를 오려 대충 얹어놓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누구인지는 세 사람 중 누구도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린쉬한 | 「코가 왜 이래.」
토오루 | 「그러니까요, 실 색을 잘못 골랐어요. 살색 실이 다 떨어져서… 아 근데 멀리서 보면 괜찮아요! 진짜로요.」
린쉬한 | 「멀리서 보라고 만든 거야, 이걸?」
토오루 | 「가까이서 봐도 귀엽거든요? センパイ、そこは黙っててくれよ (선배, 거긴 좀 조용히 해줘요)…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헤헤.」
강아현이 쭈그린 자리에서 그대로 상체만 뻗어 인형을 낚아채려 했다. 손이 닿기 직전 린쉬한의 손이 먼저 움직여 그것을 낚아 올렸고, 개수인의 귀가 억울하다는 듯 납작해졌다.
강아현 | 「나도 만짐! 한 번만 만짐!」
린쉬한 | 「너는 물어. 반년 전에 내 라이터도 물었잖아.」
강아현 | 「그건 씹는 거였고 이건 만지는 거임. 다름.」
김대철 | 「굿독. 취급 주의 대상입니다. 손 씻은 후 접촉을 권장합니다.」
강아현 | 「마운틴 너 재미없음.」
그렇게 실없는 소리가 오가는 사이, 린쉬한의 손가락은 인형의 머리를 두어 번 쓸었다. 엄지로 흑실 머리를 눌러보고, 서툴게 꿰맨 등의 매듭을 확인하고, 붉은 눈알 부분에서 오래 멈췄다. 담배를 쥐던 손이었다. 사슬을 던져 폭주한 센티넬을 바닥에 처박던 손이었다. 그 손이 지금은 손바닥 절반도 안 되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린쉬한 | 「…이거 몇 개 만들었어.」
토오루 | 「하나요. 하나만요.」
린쉬한 | 「왜.」
토오루 | 「팬들한테 나눠주는 굿즈가 아니잖아요, 이건.」
그 대답에는 어리광이 없었다. 야망으로 반짝이는 눈도 아니었다. 보라색 눈동자 속의 별이 잠깐 흐려졌다가, 곧 억지로 밝은 쪽으로 되돌려졌고, 토오루는 목을 가다듬으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토오루 | 「제가 D급이었을 때 목도리 뜨는 거 가르쳐드렸거든요. 그때 코 세 개 빼먹으셨어요, 그 분. 근데 저는 안 고쳐드렸어요. 왜냐면… 고치면 제 흔적이 없어지잖아요. 서로 서툰 게 좀 남아 있는 게 좋았거든요.」
린쉬한 | 「그래서 이번엔 네가 서툴게 만들었다?」
토오루 | 「うるさいな (잔소리 많네)… 아, 그런 뜻 아니고요! 공평한 거예요, 공평.」
난간 위의 종이컵에서 김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 김대철이 그것을 확인하고, 자기 컵의 뚜껑을 열어 두 컵 사이의 온도를 손등으로 비교했다. 그리고 자신의 컵에서 절반을 옮겨 부었다. 뜨거운 것을 나눠 담는 그 동작에는 어떤 감정적 수사도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놓아둔 컵은 다시 따뜻해졌다.
김대철 | 「보고합니다. 커피 온도 회복. 섭씨 62도 추정.」
강아현 | 「마운틴 그거 아무도 안 마심.」
김대철 | 「마시는 사람이 없어도 온도는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도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강아현은 흙 위에 눞혀둔 가죽 조각을 손끝으로 한 번 밀어 담배 옆에 더 가깝게 붙였고, 토오루는 펠트 인형이 넘어지지 않게 화분 테두리에 등을 기대 세워두었다. 서툰 코의 인형은 붉은 눈으로 도시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린쉬한이 마지막으로 손을 뻗어, 인형의 검은 펠트 선글라스를 툭, 건드렸다.
그것은 마치 아주 작고 서툰 인사를 건네는 듯한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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